고객 얘기를 하지 않는 창업자와 당신은 일할 수 있는가?
일주일 만에 퇴사를 결심한 이유
얼마 전, 한 스타트업에 Head of Product & Growth로 합류했다.
프리 시리즈 A, 미국 투자사 투자, 한국인 대표.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나는 이 팀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대표가 고객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첫 미팅부터 마지막 대화까지, 나온 이야기는 기술, 아이디어, 경쟁사, 투자자 의견뿐이었다. “우리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대표는 나에게 말했다. “고객과 문제 정의는 당신이 해주세요.”
그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됐다.
PMF를 찾는다는 건, 제품을 잘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어떤 문제를 푸는지에 대한 창업자의 집착에서 시작된다. 그 집착이 없으면, PM이 아무리 잘해도 결국 방향 없는 실행만 반복된다.
이 경험에서 내가 배운 것들
1. 창업자가 고객을 모르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고객이 없는 회사는, 제품이 아니라 가설 더미를 쌓고 있는 것에 가깝다. 피벗이 잦은 팀일수록, 고객에 대한 집착이 약한 경우가 많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2.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은 드러난다. 히스토리, 소통 방식, 약속을 다루는 태도. 며칠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창업자인지 충분히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더 명확해지겠지만, 초반의 직감은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
3. 보상이 아무리 커도, 신뢰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어떤 조건을 줘도 따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이미 답이 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하는 건 계약 이상의 것이다. 방향을 같이 믿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
4. 그리고 나는, 어떤 창업자가 되어야 하는지. 언젠가 내가 창업자가 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고객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보다 먼저, 투자자 미팅보다 먼저. 내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어디서 막히는지를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당신이 지금 합류를 고민 중인 스타트업이 있다면, 결정하기 전 이것 하나는 꼭 물어보자.
“최근에 고객과 직접 이야기해보신 적이 있나요?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이 질문에 창업자가 구체적인 이름, 상황, 감정을 담아 이야기한다면, 좋은 신호다. 반대로 기술 스택이나 시장 규모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창업자를 나쁜 창업자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